▲ 전국공무원노동조합이 13일 오후 1시 30분 인권위 정문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안창호 인권위원장의 사퇴를 촉구했다 ⓒ 전국공무원노동조합

12.3 비상계엄 내란사태에 대해 침묵으로 일관하던 국가인권위원회(아래 인권위)가 윤석열 대통령의 방어권을 보장해야 한다며 13일 개최하려던 인권위 전원위원회가 열리지 못했다.

인권위는 13일 오후 3시 전원위원회를 열고 '계엄 선포로 야기된 국가적 위기 극복 대책 권고의 건'을 긴급 안건으로 상정할 예정이었다.

전국공무원노동조합 "이번 안건 윤석열 변호인의 변론 복사"

인권위 전원위원회 개최 소식이 알려지자 전국공무원노동조합(아래 전공노)은 인권위 회의장 앞에 모여 안창호 인권위원장과 김용원·한석훈·김종민·이한별·강정혜 등 상임위원 등을 저지하고 나섰다.

전공노는 긴급 성명에서 "이 안건의 내용은 한마디로 윤석열 변호인의 변론을 복사했다고밖에 볼 수 없다"며 강하게 반발했다. 전공노는 "적반하장으로 국회에서 다친 사람이 없었고 물적 피해나 체포 구금된 사례가 없었으며 비상계엄이 해제되었으니 별것 아니었다는 식의 황당한 논리를 펴고 있다"고 맹공을 퍼부었다.

▲ 안창호 국가인권위원장이 인권위 전원위원회에 참석하려 하자 인권위 소속 공무원들이 이를 막아서고 있다. ⓒ 전국공무원노동조합

이날 인권위 전원위원회에 상정될 안건은 ▲ 한덕수 탄핵소추 철회 ▲ 다른 탄핵 심판을 먼저하고 형사소송 동안 심판절차를 정지해 심리를 최대한 늦출 것이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해준 전공노 위원장은 이날 오후 1시 30분 인권위 정문 앞에서 열린 '내란동조 국가인권위 규탄 기자회견'에 참석해 "안창호 인권위원장의 직무유기와 직권남용이 도를 넘어서고 있다. 혼란한 시기에 그동안 아무런 입장도 내지 않던 안창호 인권위원장은 뜬금없이 윤석열과 내란세력을 비호하는 안건을 상정하고 있다"라고 비난했다.

국가인권위 소속 공무원들 "부끄럽다"

인권위 소속 공무원들도 윤석열 방어권 보장 안건에 "부끄럽다"며 전원회의장 앞에서 피켓을 들고 안 위원장과 상임위원들을 막아섰다. 인권위 소속 공무원들은 '내란동조, 긴급 안건 즉각 철회하라', '인권위를 망치러 온 인권 파괴자들아', '우리는 인권위 본연의 업무를 하고 싶다' 등의 피켓을 들고 안건 상정을 강하게 비판했다.

▲ 인권위 소속 공무원들이 윤석열 방어권 보장 안건에 “부끄럽다”며 피켓을 들고 안건 상정을 강하게 비판했다. ⓒ 전국공무원노동조합

문정호 전공노 국가인권위원회 지부장은 "인권위 직원들은 한국 사회에서 긍정적인 인권 변화를 만드는 데 기여하고 있다는 사실이 큰 자긍심이었다. 하지만 이번 안건은 충격을 넘어 그동안 쌓아온 인권위의 근본을 무너뜨리려는 시도일 뿐만 아니라 인권위를 '내란동조위원회'로 전락시키려는 매우 위험한 의도"라며 안창호 인권위원장 등의 사퇴를 촉구했다.

자신을 인권위 공무직 노조 조합원이자 인권전문상담사라고 소개한 김찬영씨는 "인권위원 5인에 의한 '계엄 선포로 야기된 국가적 위기 극복 대책에 대한 전원위 상정 건'보도 이후 1331을 통해 인권위원회 존립의 이유에 항의하는 시민들의 민원이 이어지고 있다"며 "인권위가 내란동조세력의 방패막이가 되기를 자처하며 권력의 하수인으로 전락했다"고 비판했다.

김 상담사는 "인권위에 와서 이렇게까지 고통스럽고 부끄러운 때가 없었다. 인권위의 이름을 내란동조세력 옹호에 동원하여 더럽히지 말라"고 촉구했다.

이영일 기자  ngo201@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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